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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들5

보이는 어둠 (윌리엄 스타이런, 문학동네) 우울할 때 경험하는 감정, 생각, 신체 및 인지 반응 등에 대해 상당히 섬세하게 기술해놓은 책. 역시 소설가는 다르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우울증에 대해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듯 우울감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 통감한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공허감에 대한 묘사가 없었던 것. 인생을 통틀어 공허감은 언제나 나의 핵심 감정이었는데 이 책에서 만나지 못한게 아쉽다. 공허감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다룬 책들을 보면 상당히 잘 묘사되어 있으므로 어서 조만간 일독을 끝내기로. 육체적 심리적 자기 혐오-뭐라고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자부심의 상실 같은-는 우울증의 가장 보편적인 증세였다. (p.9) 우울증은 기분의 혼란 상태인데, 불가사의.. 2019. 1. 27.
피프티 피플 (정세랑, 창비) 유라는 길을 걷다가 유난히 불행을 모르는 듯한, 웃음기를 띤 깨끗한 얼굴을 발견하면 갑자기 화가 났다. 불행을 모르는 얼굴들을 공격하고 싶은 기분이 되곤 했다. 왜 당신들은 불행을 모르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리고 젊고 아직 나쁜 일을 겪지 않은 얼굴들이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는 건 비틀린 위로였다. (p.49) 윤나는 찬주를 좋아했으므로 찬주의 자기파괴적인 면까지도 받아들였다. 잠겼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언젠가 자신도 잠기게 되면 어떤 독을 스스로 복용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이다. (p.105) 성인이 되어 집을 나와서는 엄마를 네시간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네시간이 넘어가면 효도고 도리고 간에 도무지 버티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사이좋은 모녀였다. 엄마랑 팔짱을 끼고 다니고, 엄마를 .. 2018. 12. 1.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문제가 분명해 보일 때 어떤 사람은 원인을 제거하는 쪽을 택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방 안으로 조용히 숨어들어 문을 걸어 잠근다. 인생이 반드시 순간순간의 암흑을 돌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고단할 여정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p.110-111) 양은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나이의 인간들이 싫었다. 그 애들은 대개 수치심을 모르거나 얼토당토않게 과장하곤 했다. (p.148) 그 여자의 태연한 설명을 듣다 보니 이것은 커다란 도미노 게임이며, 자신들은 멋모르고 중간에 끼어 서 있는 도미노 칩이 된 것 같았다. 종내는 모두 함께, 뒷사람의 어깨에 밀려 앞 사람의 어깨를 짚고 넘어질 것이다. 스르르 포개지며 쓰러질 것이다. (p.179) 아니에요. 고통은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맨발로.. 2018. 12. 1.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 (김환, 소울메이트) Part 1 자기를 내려놓기 공감은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을 그의 입장에서 함께 느끼는 것인데 반해, 동정은 상대방의 처지를 보고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떠올리는 것이다. (p.25) '나(I self)'가 경험의 주체를 의미한다면 '자기(self)'에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모습 또는 의식하는 모습(Me self)도 있다. 즉 본인이 주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본 것이다. (p.32) 윌리엄 제임스는 '나'와 '자기'를 구분했으며, 이때 자기는 물질적 자기, 사회적 자기, 정신적 자기의 세 영역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했다. 정신적 자기는 물질적 자기나 사회적 자기에 비해 좀더 본성에 가깝다고 보며, 따라서 자신의 정신적 자기를 좋게 평가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자기평가가 좋은 것을 '자존.. 2018. 10. 21.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법을 알고 싶어 산 책인데, 대상이 딸이었다. 사실 딸들에게는 이 책에 나온 방법들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이라면 바로 가든 돌아 가든 언젠가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테니. 그래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모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첫 번째 제안 : 충만한 사람이 될 것. 네가 네 직업을 사랑할 필요도 없어. 네 직업이 너에게 주는 것만 사랑하면 돼. 일하기와 돈 벌기에서 오는 자신감과 충족감 말이야. (p.17) 두 번째 제안 : 같이 할 것. 만약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했다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화가 나지 않을 테니까. 진정한 평등이 있는 곳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아. (p.23) 세 번째 제안 : '성 역할'은 완벽한 헛소.. 201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