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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들

피프티 피플 (정세랑, 창비)

by 난나니 2018. 12. 1.

정세랑 (지은이)  창비  2016-11-21

 

유라는 길을 걷다가 유난히 불행을 모르는 듯한, 웃음기를 띤 깨끗한 얼굴을 발견하면 갑자기 화가 났다. 불행을 모르는 얼굴들을 공격하고 싶은 기분이 되곤 했다. 왜 당신들은 불행을 모르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리고 젊고 아직 나쁜 일을 겪지 않은 얼굴들이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는 건 비틀린 위로였다. (p.49)

 

윤나는 찬주를 좋아했으므로 찬주의 자기파괴적인 면까지도 받아들였다. 잠겼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언젠가 자신도 잠기게 되면 어떤 독을 스스로 복용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이다. (p.105)

 

성인이 되어 집을 나와서는 엄마를 네시간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네시간이 넘어가면 효도고 도리고 간에 도무지 버티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사이좋은 모녀였다. 엄마랑 팔짱을 끼고 다니고, 엄마를 여행을 가고, 엄마랑 시장을 가고, 엄마랑 같이 나이 들어가고, 엄마랑 가까이 사는, 그런 모녀. 드라마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고, 매번 기분이 이상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하고. (p.34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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